세이프파워볼
“제 225화
10권
저 어이없는 수련이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비교할 수 없는 재능을 증명한다.
수만이 넘는 전능신족이 저 수련을 권능으로 복사하려다 그대로 터져나가고 겨우 2명만 건졌다.
본래 주신의 신체가 견딜 수 있는 것은 대략 20억 정도의 신력으로 버틸 수 있는 일반 행성 정도다.
그 이상의 행성의 폭발에는 치명상을 입고 무게를 견딜 수 없다.
물론 중급 주신만 되어도 어지간한 행성 폭발은 우습게 견딘다.
하지만 그들도 상급신의 신력으로는 6개의 행성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다.
그런데 저 신체는 급속도로 강해지면서 버틴다.
상급신의 신력으로도 저런데 중급 주신만 되어도 감당이 안 될 수가 있다.
행성 여섯 개를 완력만으로 버티는 신체의 내구력과 방어력 앞에서는 어지간한 마도나 원거리 공격 따위는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신이 직접 접근전을 벌일 수도 없는 것이 지금도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근육들을 보니 잡혔다가는 그대로 찢겨나가는 자신의 모습이 그려진다.
자신은 흑마도사이기에 주신이 되기 전에는 7써클의 검사인 하이엘프 퀸들에게도 접근전으로는 밀렸다.
근원학파 특유의 속도와 회피가 아니었으면 진작 끝장이 났을 것이다.
가장 큰 문제가 바로 바로 자신이 저 전능의 휘와 비견될 정도로 강해질 감당 못할 여투신의 신계 주신이란 점이다.
이 주우주에서 하위신보다 약한 신계 주신은 당연히 없다.
하극상이나 반란의 개념 따위는 아예 사라진지 오래인지라 하위신보다 약한 주신은 도전에 처리되어도 아무 말도 못한다.
정식 도전이든 집단 도전이든 지면 그대로 끝이다.

그러니 로투스바카라 이제 행성들을 버티다 못해 그대로 머리위로 들어 올리는 저 강대한 여투신의 모습에 기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괜히 신계 주신 노릇한다고 헤라와 화해시키려고 도와주었다가 자기 발등을 저 사상유래가 없을 초대형 망치에 박살날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마도로서 주신이 된 자신에게는 저런 무식한 신체를 가진 투신이 제일 골치가 아프다.
아니, 천적이나 다름이 없는데 자신이 늘리고 있다.
그것도 자신이 중간계 출신이 흑마도사인 이상 언제 적이 될지 모르는 신족이다.
전능의 휘님만 혼자서 나와도 정신없이 도망가야 하는데 두 명이 자신이 포위하면 도망도 못 친다.
‘멋 부릴 때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죽일까?
아니, 아예 소멸을 시켜? 로투스홀짝
아님 제약을 가해야 하나?’
우우우웅-! 오픈홀덤
생각에 따라 마력이 움직인다.
이미 그의 11써클의 도입을 어느 정도 완성을 했기 때문에 이제 신력과 마력의 통합이 아니라 언제든지 구분하여 동시 발현 시킨다.
그 의미는 상반되는 힘을 상충시켜 ‘혼돈’의 힘을 발휘하여 일격의 공격들을 급격하게 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거기에 다양한 상황에 대한 원활한 대처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전력은 급상승되어 있다.
그러나 어지간한 신력과 마력도 안 통하는 저런 투신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다.
상급신의 신력밖에 안 되는 지금 죽여야만 감당 안 되는 상대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럴 수 없군.’ 세이프게임
꽈아아악-!
입술을 더없이 꽉 깨물고 마력을 풀었다.
저 빛나는 재능에 대한 질투심이 없다면 거짓이다.
그의 ‘불가해(不可解)의 팔시조(八時調)’를 일부라도 익힌 존재는 전능의 휘님처럼 거의 창조신장에 준하는 힘을 얻는다.
물론 그가 준 힘과 칭호만으로도 강자로서 군림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한계가 있다. 세이프파워볼
결코 그가 준 힘은 그의 오의를 넘어설 수 없다는 진리다.
오직 끝없는 노력으로 한없이 다가설 수밖에 없으며 거기에 제약이 엄청나다.
칭호를 부분 가동만 가능하고 완전개방하고도 완전승리를 못하면 약자로서 판정되어 처분된다.
아무리 강해져도 조금의 방심이나 여유도 허락되지 않고 끝없는 긴장과 수련이 이어진다.
그런데 저 여투신은 재능만으로 그의 오의를 얻어 자유롭다.
아무 제약도 심판도 없으며 더 부러운 것은 그의 오의를 배운 자들은 자신만의 해석으로 하위자들에게 전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무한연금의 헤파이스는 이제 자신의 하위신들에게 권능을 가르쳐서 일족의 왕이 되고 신계 주신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전능의 휘처럼 일족을 부흥시키며 영광된 삶을 살 수 있지만 칭호를 가진 자들은 그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칭호를 가진 절대자들은 오직 개인에 특화되어 부여된 권능이기에 전수도 불가능하고 결국 혼자의 강함이다.
만약 자신이 ‘차원’의 권능을 누구에게 가르치는 것이 가능했다면 이렇게 힘겹게 살지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든 ‘차원 신족’을 만들어 일족의 왕으로서 주우주에 화려하게 나타났다.
일족을 힘으로 휘어잡고 스스로 왕으로서 일어선 전능의 휘님처럼 말이다.
‘너무나 부럽다.
저 정도의 힘을 가지고도 아무런 제약도 없이 기반을 세울 수 있다니?
그것도 아무 노력 없이 재능만으로 얻다니 너무나 불공평해.
하나 질투할 여유도 없다.
저 정도로 강한 주신들이 없으면 창조신의 인증전을 치를 수가 없어.
마신족은 어떻게 가능해도 대신족은 어림도 없다.
더구나 나의 마도로 강화된 대신족의 주신의 방어력을 지금의 나로는 혼자서는 결코 뚫고 치명상을 줄 수가 없어.
다른 주신과의 동맹도 나의 흑마도사의 출신 때문에 힘들어.’ 중간계 출신의 주신은 딱 잘라 말해서 이 은하계에는 자신 외에는 없다.
7써클이 한계인 중간계의 지성체에서 11써클의 존재가 절대 나올 수 없고 대부분 반신이나 그의 칭호를 받은 나 같은 아주 특별한 경우이다.
그 외에는 극도로 발전된 중간계에서 정말 기적과 같은 확률로 나온다.
중간계에서 주신이 나오는 경우 창조신의 응시자격을 부여한다는 특혜가 나올 정도다.
더 나쁜 상황인 흑마도사가 빛의 주신이 되는 경우는 아예 없기에, 그 희귀한 경우에서도 유일한 경우가 되어 버렸다는 점이다.
‘인간출신의 마도신이라?’

이래서는 약간의 문제로도 탄핵되기 딱 좋고 동맹은커녕 원수만 안 늘어나도 감지덕지인 입장이다.
한 마디로 특이해서 이유 없는 괴롭힘을 당한다는 점이다.
물론 지금은 아직 내가 인증전을 하지 않아 주신계에서 잘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소문이 퍼지면 정말 골치 아픈 견제들이 들어올 것이다.
그것은 내가 아무리 강해도 모두 막을 수 없기에 적극적인 주신계의 도움은 바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용병주신들에게 대신족의 인증전의 대가를 치루면 겨우 주신성을 하나밖에 없는 자신은 파산이다.
결국 신계 자체에서 전부 해결할 각오와 준비를 해야 한다.
어떻게는 신계소속의 주신들만으로 승부를 보아야 한다.
행성 여섯 개를 머리 위로 가볍게 들어 올리며 자신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위를 바라보는 저 비할 데 없이 강력해질 여투신의 힘이 인증전에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그러니 마음대로 제약을 걸지도 처분도 못한다.
‘이러다 추월당하면 끝장인데.
모르겠다.
대신족의 인증전에 전력부족으로 소멸당하는 것보다는 낫겠지.
주신성의 창조능력이 필요하기는 한데 급하지는 않으니 다음 기회를 노리거나…….’ 외부 주우주의 상황을 보니 더 좋은 생각이 든다.
대신족이 일부 지역에 허용되었으면 거기의 허약한 신족이나 마신족은 전멸이다.
수복을 하는데 외부의 창조신들이 대량으로 동원될 것이지만 지금 저들의 상태를 보아하니 고전할 것이 뻔하다.
그럼 강한 투신이 많이 필요할 것이니 용병신으로 가도 좋고 그 지역 자체를 다시 탈환하고 기계 인류의 지역처럼 자신이 점유하면 된다.
이제는 자신과 동급의 예비 창조신급의 대신족의 주신만 아니라면 얼마든지 상대가 가능하다.
대신족을 처리하고 자신이 창조신으로 인정받으면 된다.
그럼 아무리 허접해도 신족의 창조력을 배울 수 있는 것이고 시간만 투자하면 주신성의 창조도 가능할 것이다.
그럼 신족이 된 목적은 달성이다.
드디어 11써클을 완벽히 익히고 이런 소모품의 말단 신세에서 벗어난다.
‘최후에 못 당해서 신계를 버리고 도망갈 경우의 방책으로 하자.
그런데 내가 왜 이러냐?
유능한 부하에게 벌벌 떠는 최악의 상급자가 되다니 이렇게 자신감이 없어졌나?
나도 강하다.
단지 나와 최악의 상성 문제 때문에 꺼림칙한 것뿐이다.
좋아-! 나는 더 없이 강하다.
언제든지 덤벼보아라-!
쓴 맛을 보여 줄 것이야-!’ 흔들이는 마음을 붙잡고 자신감을 회복하고 눈에 힘을 넣고 다시 헤파이스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다음 광경에 눈이 커졌다.
휘이이이잉-! 휘이이잉-!
자신이 압축한 행성 여섯 개가 마치 조약돌처럼 허공에 띄워졌다가 떨어지고 있다.
작지만 저것은 정말 행성의 무게를 가졌다.
그것을 팔의 힘만으로 장난감처럼 다루고 있는 것이다.
행성들이 어린애가 가지고 노는 공깃돌처럼 어지러이 날리고 받아진다.
그것을 쳐다보는 웃는 얼굴이 너무나 해맑은 것이 이제 행성정도는 아무 부담이 안 되는 모양이다.
저절로 아찔해지는 광경이다.
자꾸 저 장난감이 된 행성들이 자신이 처참하게 날아가는 모습과 겹쳐져 보인다.
전능의 휘의 경우를 생각하면 하위의 주신들은 아무리 많아도 대책이 없다.
결국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어떤 마도도 나중에는 타격을 줄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그……, 그래도 혹시 모르니 준비를 해놓자.
여차하면 바로 비상방책을 시행한다.’ 결국 못 당할 경우 생존마탑만을 챙기고 외우주의 도주계획까지 세우고 나서야 더없이 긴장된 마음이 풀리는 것을 느끼고 한숨을 쉰다.
이 가벼운 입으로 꼬인 운명은 단 한시도 편할 날이 없다며 한탄을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자랑스러워하는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헤파이스를 향해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이번에는 아까와는 전혀 규모가 다른 초거대 행성이다.

작은 행성은 더 이상 부담이 안 된다면 바로 다음 단계다.
지금의 능력으로는 작은 집 정도가 아니라 언덕 정도로밖에 압축이 안 되는 행성을 그대로 교체해서 내려찍었다.
꽈아아아앙-!
“아으으으윽-!”
절로 울리는 비명과 그 대단한 ‘무한연금(無限鍊金)’의 신체도 견디지 못하고 근육이 파열되고 피가 품어져 나온다.
지금 장남감이 된 행성들을 교체해서 올려놓은 초거대행성은 상급주신정도만이 감당이 가능하다.
중급주신의 신체는 당연히 불가능하지만 신격을 넘어서는 부담을 견디는 것이 수련의 시작이다.
그러나 어떤 권능과 재능을 가졌어도 신격을 넘어서는 부담을 버틸 수 없다.
내가 두려워할 정도의 신체와 재능을 가진 헤파이스의 관절과 근육도 버티지 못하고 파괴직전이다.
정말 무식한 수련이다.
이것을 전능의 휘가 권능으로 복사하고 살아남았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본래 다 죽어야 정상이다.
‘이러니 모두 실패하고 죽어나가지.
어떻게 처음 단계가 한계를 넘는 자극을 주는 것부터 시작하나?
그러나 정식으로 시작한 이상 이제 말 그대로 죽기 아니면 살기다.
멈추면 한계를 넘은 부담에 망가진 신체는 다시 도전을 거부하거나 장애가 생긴다.
신체가 정상적으로 살기 위해서 다음 신격으로 알아서 진화하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다.’ 우둑-! 우지지직-!
그러나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다.
본래 실패하는 것이 정상인 수련법이다.
그야말로 있을 수 없는 재능과 더없이 견고한 신체를 가진 주신들만이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
신체와 신기를 끝없이 강화하는 ‘무한연금’의 헤파이스처럼 말이다.
그러나 아무리 ‘무한연금’의 권능이라도 신력의 소모라는 한계가 있다.
신체가 강화하는데 신력의 소모가 있고 떨어지면 끝이다.
저 오의를 완전히 익히면 그런 신력 소모의 약점 따위는 사라지지만 지금은 저러면 죽는다.
등에 올린 행성을 결국 못 견디고 허리가 숙여져서 얼굴이 바닥을 바라보고 무릎도 땅에 닿으려 한다.
저렇게 완전히 숙여지면 그대로 행성에 깔려 죽거나 병신이 된다.
이 수련에 도전한 거의 모든 존재가 겪은 결말이다.
이렇게 있을 수 없을 정도의 재능과 신체뿐이 아니라 불굴의 의지를 가져야만 통과가 가능한 수련법인 것이다.
‘어쩔 수 없군.
어째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 같지만 그래도 내 하위 주신이니 처음에는 도와주어야 하겠지.’ 스으윽-!
한계를 넘은 행성의 무게에 신력이 완전 소모되고 권능을 유지를 못해 거의 끝장나기 직전인지 시뻘게진 얼굴이다.
몸에 정기와 신력을 부으며 회복을 돕는다.
고통으로 흐릿해진 눈동자가 거의 주신급까지 부어넣은 신력의 덕으로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오고 부서져가던 신체도 수복되며 강건함을 되찾는다.
‘역시 도울 가치가 있는 재능이며 투신이다.’ 이 수련은 본인의 재능과 의지만 아니라 엄청난 시간과 운을 필요로 하지만 나라면 다르다.
나의 마도는 그로부터 비롯되었기에 그의 오의와 궁합이 잘 맞는다.
위험을 최소화하고 수련기간을 단축한다.
그런데 재능과 신체능력이 부족해서 시도도 못하고 있으니 통탄할 노릇이고 질투심만 타오른다.
그래서 이렇게 재능이 넘치면서 의지가 부족한 투신은 용서가 없다.
“무식하게 버티기만 하면 죽는다.
불굴의 의지로서 걸으라.
신체의 한계를 넘으려면 부담을 받아들이기만 해서는 결코 할 수 없다.
어떤 부담도 이겨내고 나아가는 존재만이 완성할 수 없다.
그 의지가 광기이든 결의이든 상관은 없다.
그러니 똑바로 고개를 세우고-!” 퍼어억-!
턱을 발로 차올려 숙여진 얼굴을 바로 해준다.
물론 주신급까지 회복이 가능하도록 넣어준 정기도 삼키게 했다.
투신이란 죽는 순간에도 상위자나 신계를 제외한 무엇에도 고개를 숙여서 굴복을 해서 안 된다.
그 순간이 패배의 순간이며 신계의 멸망이기 때문이다.
“가슴을 펴고 당당해라.
살인자라 비난받고 무식하다 모욕을 당해도 신계를 지킨다는 자부심을 가지라.
그것이 투신의 자세이다.”
퍼어억-! 퍼어억-!
양 어깨를 손으로 쳐서 뒤로 밀어 행성을 바르게 받치게 한다.
당연히 이제까지 본적도 없는 크기의 가슴이 튀어나오듯 보인다.
몸속의 심장의 위치를 확인하고 정신을 집중해 영창을 한다.
“나는 세상에서 단 하나의 특별한 존재이다.” 심장에 현재 내가 가진 최고의 10써클의 마도를 아로새긴다.
수련을 할 경우 최고의 효과만을 가져오고 부작용을 없앤다.
주신급으로 부여한 정기를 바탕으로 순간에 저 행성을 견딜 정도로 신체가 향상된다.
신체만은 단숨에 상급 주신에 도달한 것이다.
절대 이정도의 효과까지는 없는데 본래 이 정도의 저력이 있다는 소리다.
생각만 해도 어찔해질 정도의 잠재력이다.
‘이러다 내일이라도 내 목을 따고 자신이 신계 주신이 되겠다고 덤비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하나 어쩌겠는가?’
주신계에서 중간계 흑마도사 출신의 마도신으로 고립무원인 나에게는 대신족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강대한 하위 주신들이 필요하다.
이들이 아무리 나를 위협해도 떠나면 그만이다.
대신족에게 소멸을 당하는 것보다는 낫다.
그리고 하위 주신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제부터 더 이를 악물고 강해지면 된다.
나 역시 그에게 힘을 받고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고 웃기지만 칭호까지 받은 몸이다.
결코 쉽게 져주지는 않는다.
지금이라면 당연히 전멸시킬 수 있고 이들이 내가 상상하는 최고의 수준에 도달해도 이길 수 있다.
‘한꺼번에 달려들면……, 도망가면 된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의 헤파이스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한다.
“나의 마도권능을 계속 부여한다.
견디어내고 어서 강해져라.”
“아아아?”
여주신으로 전환하여 오랜 기간을 지내서인지 흡수하지 못한 정기가 상당하다.
거기다 정령계 대기소의 정기흡수 속에서 얻어낸 것이라 엄청나게 순수하고 강하다.
본래의 신격을 회복하고 초월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원하는 것은 결코 쉽게 이루어지지 않기에 도전할 가치가 있다.” 거부나 반응을 할 시간을 주지 않고 신속한 마도권능의 부여는 끝났다.
본래는 이렇게 급하게 하거나 약식으로 하면 효과는 떨어지지만 이정도면 충분할 정도의 재능이니 이걸로 되었다.
여주신들의 자존심은 엄청나서 헤라나 다른 여주신들도 그런 연속된 치명적인 실수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이제 심장에 최고의 수련효과를 보게 해주는 10써클의 마도와 하복부에 어떤 이질적인 정기도 신력으로 흡수하게 하는 10.5써클의 복합마도를 부여했다.
신계관리주신으로 있는 여주신들에게 부여한 2개의 10.5써클의 마도권능보다는 못하지만 더없이 단단한 성장기반을 마련해 준 것이다.
몸에서 손을 떼고 갑자기 부여된 마도권능의 여파에 정신을 못 차리고 떨기만 하는 헤파이스를 보며 혀를 찬다.
‘이 마도권능을 부여받는 대가로 여주신들이 시녀로 취급해도 좋다고 자청했다는 것을 알까?’ 물론 귀중한 주신들의 신력을 제한하는 행위를 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그 정도로 귀중한 것이다.
당장 못 견디고 죽을 것 같아서 해주기는 했는데 아무래도 엄청 손해를 본 것 같다.
“쯧-! 이것은 빚으로 친다.
나중에 반드시 받아낼 것이다.
이제 협상으로 보여줄 수단은 다 썼군.” 상급주신만이 무게를 버틸 수 있는 행성을 이제 가볍게 견디면서 정신을 잃은 헤파이스를 보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는 차원의 주신이 다른 행성을 들고 있는 주신들을 보며 말한다.
“넌 후궁을 해라.”
이면주신(裏面主神) 로키나를 쳐다보며 하는 말이다.
헤파이스가 갑자기 강해지고 놀라운 권능까지 조금 이상하지만 수월하게 부여하는 모습을 본 주신들이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로키나만을 쳐다본다.
본인도 갑작스런 제안에 황당한지 말을 못하고 있다.
정령주신 중 유일한 남주신은 지금 너무나 힘들고 괴로웠다.
자신은 그나마 명확한 투신의 속성이 아닌 관리신 속성이 강해서 여기서 여신으로 전환하지 않고도 살아남았지만 하필 걸린 것이 저런 무서운 신계 주신이다.
어쩌다 보니 이런 무식한 여주신들과 같이 행성을 들고 벌을 서고 있는 자신이 한심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힘으로는 상대가 안되고 도대체 말이 통해야 어찌해보지 도저히 방법이 없다.
아니, 말을 할 기회조차 안준다.
거기다 폭력을 휘두르고 이제 갑자기 여주신보고 후궁을 하란다.
하지만 아무리 정령주신이지만 다짜고짜 후궁이라니 받아들일 리가 없다.
그런데 차원의 주신은 어이가 없는지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로키나를 보며 실수를 했다는 듯 말을 다시 한다.
“정식이 아닌 임시다.
원하면 언제든지 그만 둘 수 있고 바라면 신력교류도 해준다.” “그래도 받아들일 리가 없지요.” 간단한 거절에 그럴 줄 알았다는 것처럼 바로 즉답이다.
“그럼 없던 것으로 하지.
너의 정령신들의 대표문제는 그럼 주신으로 신력을 회복하고 나서 하는 것으로 한다.
현재의 상급신의 신력으로는 아무래도 무리다.” 그리고 조직표를 들어서 바로 수정을 해버린다.
그 모습에 잠시 움찔거리는 표정을 하지만 곧 상관없다는 것처럼 고개를 돌린다.
하긴 아무리 혜택이 좋아도 받아들일 리가 없다.
후궁출신의 주신은 아무리 높아도 신계주신이 되기 힘들다.
그러나 이어지는 말에 상황이 조금 변했다.
“그럼 임시로 ‘토르나’에게 맡겨야 하겠군.
말로는 안 통하는 상대들이니 힘으로는 잘 되겠지.
신력을 회복하기까지 부관을 잘 해라.
그러나 본래 중급 주신으로 되돌아오면 네가 대표다.
차라리 하위 주신을 그만둔다고 하면 상위 주신에 대한 모독으로 바로 처분이다.” “!!!”
로키나가 고개가 다시 확 돌려지고 으스스한 살기마저 보인다.
그러나 태연작약하게 받아넘긴다.
최고위 주신에게는 상급신의 위협은 아무런 영향을 못 주니 당연한 모습이다.
조금 후에는 포기한 듯 고개를 다시 돌린다.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조직표를 방금 이야기한 것처럼 고쳐가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그 조직표를 로키나가 고개를 돌린 쪽으로 보내서 허공에 띄우고 빙글빙글 돌리는 것이다.
‘도대체 저것이 뭐하는 짓이지?’ 바로 즐거운 듯 가벼운 목소리가 울린다.
“같은 주신의 신격이고 대등한 능력이지만 다른 길을 간다.
누구는 상급 주신을 바라보는 신력으로 정령신들의 대표고 누구는 겨우 상급신으로 부관신세라.
결과만으로는 힘이 먼저인지 지략이 우선인지 결판이 난 것 같군.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성……, 성격이 안 좋으시군요.
대놓고 이렇게 하위신들을 희롱하시다니?
혹시 치사하고 비열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지 않나요?
아니, 모두 다 죽여서 이제 안 들으시나요?” 상당한 위험한 수준의 발언이다.
받아들이기 나름이지만 상위신 모욕으로 처단을 당해도 할 말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전혀 상관없는 것처럼 말을 되받는다.
“아니, 과거 초월자 시절에는 신들이 더없이 사악하고 흑마도사라고 욕을 많이 들었지.
거기다 하이엘프는 인류의 수치이며 중간계의 적이라고도 공개적으로 욕설을 무수히 했었고, 용병신 시절에는 카르마가 낮아서 고용도 감지덕지에 대부분 죽을 장소로 직행이었으니 그런 말조차 사치다.
그리고 나를 욕했다고 다 죽이다니?
지금은 모두 내 부하이며 신도다.
쿡쿡쿡-! 독설을 하려면 상대에 대해 잘 알고 해야지?
아니면 이렇게 피할 수 없는 현실로 조롱을 하던가?
너는 겨우 상급신으로 살아남고 부하까지 되다니 이런 수치가 다 있나?” “으득-!”
어째 되로 주고 말로 받은 상황이다.
로키나는 본인의 시선을 정면으로 가로막은 조직표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이를 부득 갈았다.
그리고 이리저리로 고개를 돌려도 악착같이 따라붙는다.
한 명은 고개를 계속 돌려 피하고 조직도는 바로 따라온다.
둘 다 끝없이 저렇게 반복한다.
도대체 신계주신과 하위주신이 업무를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싸우는 것 같다.
조직표에는 분명히 이렇게 쓰여 있다.
‘정령신 대표 중급주신 전뇌력신(戰雷力神) 토르나. 부관은 이면주신 로키나.
과거 관계는 관심 없고 현재는 최고위 신계의 신계관리주신으로 너보다 상위자이니 꼭 존댓말하고 공손하게 잘 모셔라.’ 이것 참 장난도 아니고 너무하는 것 같다.
과거에는 경쟁자였던 사이 같은데 대놓고 저러니 말이다.
그런데 눈 감고 안보면 될 것인데 이제 익숙해진 행성을 들고 있는 손이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을 보니 차마 외면을 못 하고 있는 모양이다.
“역시 압도적인 힘과 용기는 지식과 계략보다 우월하지.” “그 무식한 여주신이 말을 한 것만을 믿으시나요?
“결과가 이렇잖아.
응? 부관? 카하하하핫-!”
“이이이익-!”
‘저게 도대체 뭐하는 짓이냐?’ 최고위 주신의 품위는 전혀 없고 오로지 도발만을 한다.
주변 여주신들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포기한 모양이다.
행성의 무게는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편안하거나 아차하면 다시 깔릴 판이기 때문이다.
도저히 이해 못할 말싸움은 이어지고 있다.
제발 이 행성 좀 내려주고 하면 안 되는 가란 한탄이 저절로 나온다.
“머리를 복잡하게 쓰는 것보다 돌격해서 적을 부수는 것이 최선이야.
적을 제압할 힘만 있으면 돼.
적을 속이고 아군을 기만하는 계략은 잔재주야-!” “그런 일반적인 전쟁을 거듭해서 피해를 보다보면 언젠가는 아군의 전력이 다 소모돼서 패배합니다.
아무리 우세해도 그러면 결국 지게 되죠.
제한된 곳에서 방어하는 아군의 정기는 공격하는 적보다 제한되니 결국 신계가 멸망……, 아?” 쏘아붙이다가 무엇인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조직표를 쳐다본다.
조직표에는 이름 밑으로 하위신의 계보가 선으로 이어져 내려가는 구조다.
그런데 부관인 자신의 밑으로 선이 그어져 있고 대표라는 전뇌력신(戰雷力神) 토르나의 밑에는 없다.
단지 로키나의 이름이 붙은 위에 단독으로 지휘자라고 붙여놓을 뿐이다.
이것의 뜻은 지휘권은 그녀가 가진다는 뜻이다.
차원의 주신의 목소리가 엄중하게 신력을 가득 담고 울린다.
“동감이다.
전쟁에 수단방법을 가릴 필요가 없겠지.
아무 피해가 없이 이기는 완전한 승리야말로 전쟁의 이상이다.
그러나 힘없는 자와 이해득실을 강조하는 모사가 주장하는 이상이야말로 가장 무의미하기에 그런 이상에 부합되고 주위가 납득할 수 있는 영웅신을 전면에 내세운다.
영광을 포기하고 승리를 택한 주신에게 정령신의 전원을 맡긴다.
마음껏 이들을 이끌고 지휘하여 신계에 완벽한 승리를 가져오라.
필요하다면 나조차 전쟁의 말로 쓰는 것을 허락한다.
하나 명심하라.”
시퍼런 살기가 쏟아져 나온다.
최고위 주신이 발산하는 진정한 살기는 공간의 변화뿐 아니라 어지간한 상급신 따위는 즉사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그대로 자신들을 덮치자 숨이 막혀온다.
“나를 적을 유혹하기 위한 미끼로 삼아도 좋다.
중요 지점을 사수하게 하든지 신계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면 하라.
그러나 투신들에게 무의미한 희생이나 감정이 포함된 희생을 강요하면 용서치 않겠다.
투신은 오로지 신계를 위해 전력으로 싸우다 죽을 수 있게 하고 그 외의 모든 외부의 부작용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너의 계략으로 막아라.
투신들이 전쟁을 승리한 대가를 온전히 얻게 하고 평화가 왔을 때 필요가 없다 하여 관리신에게 처분을 당하지 않게 견제하고 지켜라.
그럼 너의 계략은 적에게는 증오가 되나 아군에게는 희망이 되리라.” “…….”
무엇인가 쓰라린 과거를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신계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분명 투신들이 평화가 오면 정기를 아끼기 위해 정리가 되는 것이 정상이다.
투신은 유지만으로도 막대한 정기가 무의미하게 소모가 되기 때문에 대부분 그런다.
그걸 막으라는 소리이다.
가능할 리가 없다.
필요가 없는 것을 유지하는 것을 누구도 찬성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신계주신이라도 결국 승인할 수밖에 없다.
여론은 너무나 무서운 것이다.
그러나 로키나의 답변은 너무나 가볍다.
“너무나 쉬운 일입니다.
어리석은 대중의 여론을 약간 조작하고 끝없이 주위의 위협을 확대하면 가능은 합니다.
하나 그러면 신계에 영원히 진정한 평화는 없습니다.
제가 존재하는 한 신계는 끝없는 전쟁의 위기에 떨어야 합니다.
실체가 없는 적이라도 저는 가장 큰 위협으로 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영원한 평화 따위가 존재하는가?
웃기는 소리다.
그조차 자신이 영원하다고 말하지 않으며 최후를 준비한다.
거짓된 순간의 평화의 순간을 믿고 향락을 일삼다 무너지는 것보다 허상의 적이라도 있어 계속 강해지는 것이 좋다.
나는 돼지가 되어 언제인가 잡아먹히는 것을 기다리는 것보다 목숨을 걸고 단련하여 적을 사냥하겠다.
그런 내가 다스리는 신계가 완전한 평화란 이상에 물들어 몰락한다면 차라리 내 손으로 부수고 다시 세우겠다.” 조용하게 말하지만 무서운 소리이다.
저 최고위 주신은 결코 신계가 약해지는 것을 원치 않고 끝없이 강대해지기를 원하다.
속임수든 뭐든 동원하여 발전시킬 생각이다.
만약 그것마저 안통하면 아예 멸망시키고 다시 만들 각오까지 된 상태다.
저런 강대한 투신이 전력으로 자신의 신계를 심판하겠다고 나서면 과연 막을 수 있을까?
지금 보여준 힘만으로도 결코 감당이 안 될 것이다.
이제 보니 이상한 대화는 마치 벼랑 사이에 쳐진 외줄을 타고 위태롭게 건너는 것보다 더한 신계의 부흥과 투신의 강함에 대한 절박감에서 비롯된 계산된 행동이었다.
상대의 본심을 끌어내고 거기에 맞는 대처를 하고 자신의 의지로 끌어들인다.
그 의지는 오직 신계의 발전이다.
그 외에는 모든 것을 버리고 집중한다.
‘하긴 저러니 은하계에 얼마 없는 최고위 주신의 체면에 정령계 대기소까지 와서 이 난리를 치면서 정령주신들을 모집하고 어떻게든 쓰려고 노력하지.’ 도대체 저 정도의 강대한 투신을 저렇게까지 신계 발전이라는 목표를 향하게 심정적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상황이 무엇인지 알고 싶을 정도다.
로키나도 지금 상급신의 신력으로는 결코 대표의 임무를 다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저 조직표도 분명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권능 면으로만 보면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 반대하는 측의 힘과 머릿수로 밀리다 보니 결국 여기까지 왔고 다들 이런 꼴이다.
자신들의 말을 거의 들어보지도 않고 힘도 없는 주제에 자존심만 강하다고 벌을 받고 있다.
그러나 워낙 힘의 격차가 크고 저쪽의 의사가 확고하니 반발도 못한다.
저렇게 자신의 주장을 관철할 힘만 있었으면 정령주신들의 반발을 모두 억누르고 관철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저렇게 힘만 쓰고 보기 좋은 주신을 전면에 내세우고 뒤에서 조정하는 것이 맞다.
그녀에게는 다행이지만 최소한 여론이 안 좋다고 처분당하는 일만은 피할 것 같다.
“받아들이겠습니다.
제가 중급주신이 되면 정령신들의 대표를 하는 조건입니다.” “맡기겠다.”
“그리고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여기에 따라 정상화에 소요기간이 결정됩니다.” “뭐냐?”
잠시 대화가 끊긴다.
그리고 무엇인가 회한에 잠긴 감정서린 말소리가 울린다.
“신계 주신이 정말 사랑하는 반려를 신계가 반대한다면 어쩌시겠습니까?
신계 주신이나 반려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하라면 어쩌시겠습니까?” “그 주장을 한 신들을 모두 처분하고 반려를 선택한다.” “허어어억-!”
즉답이다.
분명 본심이다.
그 말을 듣는 모든 주신들이 경악하려 입을 벌린다.
저런 극단적인 소리를 신계 주신이 신계에 속한 주신들 앞에서 한다.
정상적이라면 그대로 탄핵을 당해도 할 말이 없는 발언이다.
로키나도 너무나 충격을 받았는지 더듬거린다.
“신……, 신계 주신으로서 무책임한 발언입니다.
신계 주신은 신계를 위해 양보하고 희생을 해야 합니다.
자신의 반려만을 챙기는 신계 주신을 신계의 신들이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제 여유 따위 없이 감정에 복받쳐 외치는 것 같다.
하나 차원의 주신의 대답은 한없이 비웃음에 가깝다.
“웃기는 소리다.
자신의 반려조차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는 무력한 신계 주신을 누가 따를 것인가?
반려나 신계 주신을 선택하라고 강요하는 하위신들이 존재하는 신계가 무슨 가치가 있어 지켜야 하나?
이미 자신들이 신계 주신의 위라고 착각하고 하는 발언이니 진정한 신계 주신의 분노를 감당을 해야 하겠지.
그럴 힘도 있을 것이니 마음 놓고 처분해서 정기를 신계로 돌린다.
그리고 신계 주신이든 일반신이든 반려는 개인의 사생활이고 신계 발전과는 아무 상관없다.
누가 반려에 대해 신계를 위해 배제하라고 강요하면 납득할 것인가?
그런 개인적인 희생을 공공연히 강요하는 신계에 무슨 가치가 있나?
반려의 행동이 신계에 해가 되지 않는 이상 결코 다른 신들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
자신들이 당했을 경우에 납득이 안 가는 것을 강요하는 존재들은 결국 혼란을 부른다.
그런 신계발전과 아무 상관없는 여론을 조성하고 여론은 혼란하게 한 신들은 즉각 처분한다.
그런데 질문자체가 이상하군?
반려에 대한 사랑이라는 감정은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존재한다.
그런데 어떻게 신계와 반려를 선택하는데 신계를 선택하나?
진정한 사랑이라면 당연히 반려를 선택해야 하지 않나?
만약 반려가 아닌 신계를 선택했다면 그는 신계를 사랑했지 반려를 사랑한 것이 아니다.” “아아아아…….”
로키나가 대답을 못하고 울음소리 비슷한 신음을 낸다.
아마도 그녀의 과거와 관련된 일인 것 같은데 진정 잔혹한 신계주신이다.
저렇게 단도직입적으로 잘라서 면전에서 말해 버린다.
그의 말이 맞는 것이 사랑에 빠진 젊은 신들이 얼마나 맹목적인지는 다들 보아왔기에 반론이 있을 수 없다.
‘사랑 때문에 악마족이 되는 것도 감수한 신들도 많지.
그런데 신계주신정도의 직위야 고려대상이 아니다.’ “흐으윽-! 흑-!”
완전히 이제 흐느끼기 시작하는 로키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다음 조직표의 명단을 쳐다본다.
바로 험악한 소리가 터져 나온다.
‘또 누군가 얻어맞거나 협박당하겠군. 허억-!’ 그런데 신력과 투기가 가는 대상이 바로 나다.
“넌 뭐가 불만인데?
주신계의 치안담당과 투신들 훈련담당이 어때서?
보직이 둘이니 일이 많다고?
정기도 2배로 주잖아?
폼이 안 나서?
너도 더 맞아야 정신을 차릴래?
이걸 확-!”
“불만은 절대 없습니다-!
전 고용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드리러 온 것입니다-!” 사아아아악-!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변명에 주변의 공기가 내려가는 것과 어이없다고 노려보는 주변 여주신들의 시선이 따갑다.
감정을 못 참고 흐느끼던 로키나도 어느새 멈추고 살벌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여기 오기 전에 수련을 하기 위해서 보직을 하나만 맡거나 한직을 받으려고 난리를 쳤기 때문이다.
‘나 역시 신계에서 주신을 해보았기 때문에 잘 안다.
치안담당은 말 그대로 격무에 잔업이 엄청나다.’ 똑같은 정기를 받는다면 쉬운 보직이 당연히 좋기에 벗어나려고 한 짓이다.
‘아까야 이런 신계주신인줄 몰라서 그랬지.
설마 말 안 듣는다고 두들겨 패고 싸가지 없으면 주신조차 처분하겠다고 날뛰는 무식한 용병신출신의 신계 주신일줄 알았나?
더구나 신계를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으면서도 힘을 숭상하는 이런 강대한 투신이 신계 주신이라니 조용히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신상에 좋겠다.’ 주변의 시선이 어떻든 살아야 한다.
신계 주신이 남신일 경우에 하위신 중 특히 남주신은 잠재적인 경쟁자가 되기에 처분이 가혹하다.
여주신들은 사고를 치면 최후의 선택으로 후궁이라도 되어서 용서를 받을 수 있지만 남주신은 그런 것도 없다.
그러니 최대한 충성을 하고 신뢰를 얻지 않으면 정말 살기 힘들다.
자신의 변명이 통했는지 바로 부드러운 음성이 들린다.
“오해해서 미안하군.
행성을 내려놓아도 좋다.”
바로 들고 있던 행성이 손에서 들려진다.
그러자 주변의 여주신들의 시선이 이제 살기에 가깝다.
자신만 간사하게 빠져나가면 용서를 안 한다는 표정들이다.
‘이거 안 좋다.
이러다 홀로 매장 되는 수가 있다.’ 어쩔 수 없이 벌을 같이 받아야 한다.
“개인의 책임은 모든 소속원의 연대책임입니다.
그러니 같이 벌을 받겠습니다.” “그렇게 해.
대견하군.
역시 모범적인 정령주신도 있었어.
평가를 올려주지.”
올라갔던 행성이 바뀌고 다시 팔위로 내리꽂힌다.
꽈아아아아앙-!
‘커어어억-!
이런 평가 상승은 필요 없어.’ 아까의 행성보다 더 무거운 거대 행성이다.
그것이 바로 굉음과 함께 머리 위로 올린 팔위로 떨어지니 비명도 못 지르고 미칠 노릇이다.
처음 조직에 포함될 때 돌아가는 눈치를 보고서 행동을 해야 했는데 주변 여주신들이 경쟁적으로 감정을 보이며 날뛰는 것에 물들어 신중한 행동을 못했다.
거기다 지금도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말했어야 했는데 하도 정신이 없는 상황이 연속이라 나오는 대로 변명을 지껄이다 주변 여주신들에게 눈총까지 받는다.
‘제길-! 입 닥치고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갈 것을 괜히 분위기를 보고 같이 날뛰다가 이게 무슨 꼴이냐?’ 조직에서 살아남는 최고의 처세술을 잠시 망각한 대가를 정말 비싸게 치른다고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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