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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3화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그림자를 앞에 둔 성군은 여전히 경계의 눈빛을 거두지 않은 상태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상대의 기운을 전혀 느낄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이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명하성역에서의 그의 실력은 이미 최정상급이 아니던가?
이때, 그림자가 말했다.
“그대들 실력으로는 놈을 죽일 순 없겠지만, 심경을 상하게 하는 건 가능할 것이오. ” 이 말에 가만히 듣고 있던 천궐이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우리가 녀석을 죽일 수 없다고? 이거 천가를 너무 얕잡아 보는 거 아닌가?” 이때, 그림자의 소매가 펄럭였다.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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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막을 실시간파워볼 찢는 듯한 소리와 함께, 천궐의 신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다행히 죽지는 않았지만, 모습이 우주 반대편으로 사라져버린 상황이었다.
이를 보자, 성군과 천모의 안색이 어둡게 변했다.
두 사람은 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림자가 언제 출수했는지조차 감지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때, 그림자의 분위기가 미묘하게 변했다.
“얕잡아 본다고? 천가 파워볼게임 따위가 감히 그런 발언을 할 정도의 위치였던가?” “…그대는 도대체 누구요?”
성군의 말에 그림자가 성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내 정체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너와 나 모두 그놈의 죽음을 원한다는 것이지.” “그대의 실력이라면 굳이 우리 힘을 빌리지 않아도 될 텐데 왜…….” “흥! 누군 그러고 싶지 않은 줄 아느냐? 녀석의 뒤에 얼마나 많은 배후가 존재하는지 넌 모를 것이다! 그렇게 고생고생해서 그 여자를 떼어 냈건만 또 다른 검수가 나타나서 훼방을 놓다니… 도무지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다!” 그림자는 무척이나 억울했다.
계획대로라면 이미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갔어야 했는데, 하필이면 그 검수를 만나 모든 게 꼬여버렸던 것이다.
세 검주들만 엔트리파워볼 아니라면 세상에 액난문을 막을 자는 없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중 하나를 만났으니, 재수가 없어도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였다.
이때, 성군이 물었다. EOS파워볼
“그의 배후가 그렇게나 강하오?” 이 질문에 그림자가 숨을 고르며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라. 너희 천가라면 잠시 그의 발을 묶어둘 순 있을 테니까.” “…….”
“내 말을 의심하지 마라. 만약 지금 둘을 처리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기회가 전혀 없을 것이다. 엽현, 그 녀석은 범검에 단 한 발만을 남겨 둔 상태다. 일단 범검에 이르게 되면 그때부터는 경지는 크게 의미가 없게 된다. 게다가 그 여인 또한 동기가 상당히 불순한 것으로 보인다. 그 의도가 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엽현을 고의로 그곳에 데려간 것은 분명 어떤 노림수가 있기 때문일 거다. 상황이 이런데도 가만히 보고만 있을 텐가?” 침묵하던 성군이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곳은 로투스바카라 인류금구요. 한 번 들어가면 무공이 전부 사라진단 말이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구나. 저 안에 있는 우주법칙이 무엇인지 아느냐? 바로 상대의 무공을 봉인하는 법칙이다. 만약 그들이 무사히 법칙을 얻고서 밖으로 나온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짐작할 수 있겠느냐?” 상대의 무공을 봉인한다!?
이 말에 성군의 표정이 크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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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군은 천가에 큰 원한이 있다.
만약 그녀에게 우주법칙이 넘어가 버리면 천가는 의심할 여지 없이 참혹한 상황을 맞이하고 말 것이다!
이때, 천모가 끼어들었다.
“이때까지 수많은 무인들이 인류금구에 도전했습니다. 그 아이들보다 몇 배는 더 강한 자들조차 우주법칙을 얻지 못했는데, 무슨 까닭으로 그들이 해낼 것이라 확신하는 겁니까?” 그림자가 대답했다.
“그 아이라면 무조건 가능하다.” “근거는?”
“그의 뒤에 ‘그 남자’가 버티고 있으니까.” “…….”
“지금이라면 아직 두 사람을 죽일 기회가 있다. 일을 처리하고 난 후에는, 내가 너희를 이곳에서 꺼내 줄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선택은 자유니만큼 현명한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 말을 마친 직후, 그림자는 자리에서 사라졌다.
잠시 후, 성군과 천모가 서로를 마주 보았다.
“미심쩍긴 하지만, 그들이 우주도칙을 차지하는 것만은 막아야 합니다.” 성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군이 우주도칙을 얻는다면 천가는 위기에 봉착할 것이 분명했다.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사람이 동시에 검은 공간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한편, 인류금구 안의 엽현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정면의 궁전을 바라보고 있었다.
“만군 소저, 저게 무엇이오?” 만군이 가볍게 귓가를 쓸어 넘기며 대답했다.
“나도 정확히는 모른다.”
이 말에 엽현이 만군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대도 모른단 말이오?”
만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은 영항경 아니, 그 이상의 고수조차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는 금역이다. 당연히 아는 것이 적을 수밖에. 내가 아는 유일한 사실은 이곳에 우주법칙이 있다는 것뿐이다.” “그 우주법칙을 노리고 있는 것이오?” 만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만약 찾지 못한다면? 어떻게 빠져나갈 생각이오?” “…그럴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다. 우주법칙을 얻지 못한다면 밖으로 나가는 순간 죽은 목숨일 테니까.” 엽현은 문득 이 여인이 목숨을 건 도박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때, 만군이 문득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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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너는 액체의 몸으로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 있을 수 있는 거지?” “그야 물론… 내가 액난계의 소주기 때문이오.” 계옥탑에서 이 말을 들은 액난문은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사람이 어쩜 저리 뻔뻔하단 말인가!
이때, 만군이 걸음을 멈추더니 엽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너… 액난계에 재앙을 선사할 생각이로구나?” “하하… 그걸 눈치채다니… 참으로 대단하구려.” “보면 볼수록 네가 보통 존재가 아니란 생각이 든다. 특히 네 몸 안에 있는 붉은 문은 내 인식을 초월한 존재다. 관찰 결과 그 문은 네게 적의를 드러내긴 하지만 함부로 덤비지는 못하는 것 같다. 내 생각이 맞다면 너의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겠지.” 엽현은 만군을 빤히 바라보았다.
이 여인 앞에서는 어떤 거짓말도 통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역시 강자들이란, 만만하게 보여도 속으로는 명확하게 셈을 하는 자들이란 걸 다시 한번 깨달은 엽현이었다.
바로 이때, 만군이 걸음을 멈추고 먼 곳을 바라보았다.
멀리, 두 사람의 정면에 시체 한 구가 놓여 있었다.
중년 남자의 모습을 한 시체였다.
중년인을 본 순간, 만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아는… 사람이오?”
“저자는 추혁(秋奕)이란 자로, 지금으로부터 천 년 전, 명하성역 전체에서 명성을 떨친 천재였다. 서른이 되기도 전에 영항경을 돌파했으니, 성장 속도만 놓고 본다면 전대미문의 금자탑을 쌓은 셈이지. 그러던 그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는데… 설마하니 여기서 이 꼴이 되어 있을 줄은 전혀 몰랐구나.” “흉수는 누구요?”
엽현의 물음에 만군은 말없이 멀리 궁전을 바라보았다.
바로 이때, 어느새 추혁 곁으로 다가간 엽현이 예를 차리며 말했다.
“혹시 아직 살아 계십니까? 남기실 전승이 있다면 얼마든지 제게 넘기셔도 됩니다.” “…이미 영혼까지 소멸한 사람에게 뭘 더 바라는 게냐?” 만군의 말에 엽현은 가볍게 한숨을 내뱉었다.
무인의 길에 접어든 이상, 이런 식으로 죽는 것 또한 숙명일 따름이었다.
두 사람은 계속해서 전진했다.
깊이 들어가면 갈수록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뼛속까지 전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 앞에 또 다른 시체 한 구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노인이었다.
엽현이 만군을 쳐다보자, 만군이 고개를 저었다.
“모르는 사람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짧은 시간 동안 십여 구의 시신을 볼 수 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이들은 모두 저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강자들이라는 것이었다.
심지어, 십여만 년 전에 명성을 떨쳤던 거두들도 상당수 섞여 있었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두 사람의 표정은 점점 굳어만 갔다.
엽현은 속으로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무공 수위가 봉인되었다는 사실이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의외의 사실은 궁전에 가까이 접근하는 동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잠시 후, 두 사람은 드디어 궁전 앞에 도착했다.
지어진 지 매우 오래돼 보이는 궁전은 한눈에 보기에도 황량함이 느껴졌다.
궁전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한 여인이 두 사람을 향해 앉아 있었다.
하얀 갑옷에 깃이 달린 투구를 쓴 여인은 한 손에 은색 창을 쥐고 있었다.
여인은 그렇게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엽현이었다.
처음으로 살아 있는 사람을 본 엽현은 속으로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만군은 말없이 상대를 응시할 뿐이었다.

이때, 여인이 일어나더니 엽현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액체, 액난문, 액난인과까지 깃들어 있다니…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게 참으로 신기하구나.” “액난문을… 아시오?”
엽현의 질문에 여인이 엽현을 똑바로 쳐다보며 대답했다.
“그 문이 아니었으면 너희는 여기까지 살아서 올 수 없었을 것이다.” “그대는 누구시오?”
이 순간, 여인이 걸음을 멈추더니 은색창을 들어 엽현의 배를 겨눴다.
이때, 여인의 눈빛에 살기가 돌았다.
“액난문, 이곳에 화를 전가할 속셈인가?” 액난문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여인이 창을 거두더니,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어쩐지, 봉인된 상태였군. 안 그랬으면 이렇게 조용했을 리가 없지.” “…….”
여인은 다시 엽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지금 당장 이곳을 떠나라!”
여인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곧장 돌아섰다.
“소저, 잠깐 기다려 주시오!” 이 말에 여인이 걸음을 멈추고 엽현을 향해 돌아섰다.
“무슨 일이냐?”
“소저, 액난문은 도대체 어떤 물건이오? 알려 줄 수 없겠소?” 이때, 계옥탑 안의 액난문이 항의라도 하듯 격렬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엽현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액난문의 내력을 모른단 말이냐?” “그렇소!”
“…다시 한번 말하는데, 당장 이곳을 떠나서 영원히 돌아오지 말거라. 알았느냐?” “아니, 도대체 왜 그래야 하는 거요? 이유라도 알려 주시오!” 이에 여인이 엽현을 똑바로 쳐다보며 대답했다.
“넌… 재수가 없다. 괜히 네 인생에 휘말렸다가 불운해지고 싶지 않다. 이 정도 이유면 충분할까?” “…….”
“알아들었으면 썩 물러가거라!” 이에 엽현이 조심스레 다시 입을 열었다.
“부탁이오. 아는 것이 있으면 알려 주시오!” 엽현은 액난문의 정체를 반드시 알아내야만 했다.
자신의 운명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이었다.
여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꺼냈다.
“우주도칙은 아홉 개가 있다. 각각의 도칙은 저마다 하나씩의 수호자를 두고 있지. 액난문은 바로 액난법칙의 수호자다. 그리고 액체의 운명을 받은 너는 원래라면 벌써 죽었어야 한다. 그런 네가 아직까지 살아 있는 것은 우주의 법칙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너는 존재 자체만으로 역천인 것이다.” “설령 좋은 일을 하더라도 말이오?” 여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역천의 몸으로 태어난 것은 전생에 어떤 천인공노 할 죄를 지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니 이번 생에 아무리 착하게 살아도 결국 죗값을 치러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때, 여인의 눈빛이 문득 날카롭게 빛났다.
“이제 보니 누군가 네 운명에 개입한 것이었구나! 액난법칙을 전복하는 것도 모자라 생명법칙, 윤회법칙, 인과법칙까지 거스르려 시도했었군…….” 눈빛을 거둔 여인이 엽현을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널 돕는 이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게 틀림없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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